진료실에 오시는 환자분들 중에는 목도 결리고, 어깨도 뭉치고, 허리와 엉덩이까지 한꺼번에 아프다며 "원장님, 온 김에 오늘 목이랑 어깨랑 허리, 엉덩이까지 아픈 데를 전부 주사로 다 풀어주세요!"라고 요청하시는 분들이 꽤 계십니다.
그럴 때 제가 "어르신, 오늘은 가장 심한 목과 어깨를 먼저 치료하고, 허리와 둔부는 사흘 뒤에 오셔서 치료합시다"라고 말씀드리면 가끔 서운해하시곤 합니다. 하지만 제가 한 날에 너무 많은 부위를 주사하지 않는 이유는 결코 귀찮아서가 아니라, 하루에 사람 몸에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국소마취제(리도카인)의 용량 한도가 엄격하게 정해져 있기 때문입니다[1, 2, 3, 4].
또한 환자분들께서 자주 물어보시는 "이 주사에 스테로이드(뼈주사)가 들어 있나요?", "자주 맞으면 내성이 생기지 않나요?"라는 궁금증까지 최신 마취통증의학 논문 근거로 명쾌하게 정리해 드리겠습니다[2, 7, 8].
최신 의학적 패러다임의 변화 "저는 과거에 통증 치료에 쓰이는 저농도 리도카인은 소량씩 여러 부위에 나누어 주사하면 전신 영향이 거의 없다고 단순하게 알고 있었으나, 최근에는 비마취과 영역 및 통증 중재술에서의 국소마취제 전신독성(LAST) 역학 분석과 분자 기전 연구들이 발표되면서 '다부위 통증유발점 주사(TPI)나 신경차단술 시 총 투여 용량이 체중당 안전 한도를 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해야 하며, 사람마다 술을 분해하는 주량이 다르듯 간 대사 효소와 연령·심혈관 상태에 따른 개인차가 크므로 저농도·소량 분할 치료가 환자 안전의 핵심이다'라는 방향으로 의학적 지견이 바뀌었습니다[1, 2, 3, 4, 7, 8]."

1.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리도카인의 안전 한도와 '술(주량)'의 비유
마취통증의학과에서 뭉친 근육을 이완시키고 과민해진 신경을 진정시킬 때 가장 기본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이 바로 리도카인(Lidocaine)이라는 국소마취제입니다[2, 4]. 이전 칼럼인 국소마취제가 신경통과 근육 뭉침을 뿌리뽑는 과학적 이유에서 설명해 드렸듯, 리도카인은 신경 세포막의 나트륨 통로를 일시적으로 차단해 통증의 악순환 고리를 끊어주는 훌륭한 치료제입니다[7].
하지만 모든 약물에는 안전 용량 한도(Maximum Recommended Dose)가 있습니다[3, 5, 6]. * 교과서적 최대 권장 용량과 통증 치료의 안전 마진: 일반적으로 에피네프린을 섞지 않은 순수 리도카인의 성인 1회 최대 허용량은 체중 1kg당 약 4.5mg(총량 최대 300mg 내외)으로 알려져 있으나, 근육이나 신경 주변처럼 혈관이 풍부한 부위에 여러 곳 주사할 때는 혈중 농도가 빠르게 올라갈 수 있습니다[1, 2, 3, 11]. 실제로 과량의 리도카인을 다부위 통증유발점 주사(TPI)나 시술에 한꺼번에 투여했다가 어지럼증, 이명, 입 주변 저림, 심한 경우 부정맥이나 심정지 같은 국소마취제 전신독성(LAST)이 발생한 증례들이 국내외 학술지에 보고되어 있습니다[1, 2, 8, 9, 10, 11]. * 사람마다 '주량'이 다르듯 리도카인 대사 능력도 개인차가 큽니다: 어떤 분은 소주 한 잔만 마셔도 얼굴이 새빨개지고 어지러운 반면, 어떤 분은 한 병을 마셔도 멀쩡하지요. 리도카인 역시 우리 몸의 간(Liver) 대사 효소(CYP1A2, CYP3A4)를 통해 분해되기 때문에, 간 기능, 연세, 체중, 근육량, 심혈관 상태에 따라 약물을 해독하는 속도가 사람마다 다릅니다[2, 5, 7, 8]. * 따라서 본원에서는 0.2~0.5%의 낮은 농도로 희석하여 필요한 부위에만 정밀하게 소량 투여하고, 목·어깨·허리·둔부처럼 범위가 넓을 때는 날짜를 나누어 가장 안전한 용량 범위 안에서 치료해 드리는 것입니다[2, 4, 6].
2. "뼈주사(스테로이드)가 들어갔나요? 자주 맞으면 내성이 생기나요?"

① 근육·신경 이완 주사에는 스테로이드를 넣을 필요가 없습니다
근막통증증후군(담 결림)이나 일반적인 신경 과민을 풀어주는 주사는 순수 리도카인과 생리식염수(필요시 조직 침투를 돕는 히알루로니다아제 등 비스테로이드 효소 보조제)만으로도 충분히 근육의 반사적 경직을 풀고 혈류를 회복시킬 수 있습니다[12, 13]. 스테로이드(뼈주사)는 심한 급성 디스크 신경뿌리 부종이나 중증 관절낭 염증이 있을 때만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약물이므로, 일반 근육·신경 이완 주사에는 들어가지 않습니다[4, 12].
② 리도카인은 내성이나 중독성이 생기지 않습니다
간혹 "주사를 몇 번 맞으면 몸에 내성이 생겨서 나중엔 약도 안 듣는 것 아니냐"고 걱정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 하지만 리도카인은 뇌의 아편양 수용체에 작용하는 마약성 진통제나 호르몬제(스테로이드)가 아닙니다[7, 8]. 과민해진 신경의 전기 스위치를 잠시 꺼두었다가 수 시간 내에 간에서 대사되어 소변으로 깨끗이 배출되므로, 여러 차례 나누어 치료받으셔도 몸에 축적되거나 약물 내성이 생기지 않습니다[2, 7].
3. 결론: 조금 돌아가는 것 같아도 '안전한 용량'을 지키는 것이 최선의 치료입니다
아픈 곳이 여러 군데일 때 한 날에 다 맞고 싶으신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하지만 내 몸의 간과 심장에 조금의 부담도 주지 않는 안전한 용량 안에서 가장 아픈 핵심 원인 부위부터 차근차근 풀어가는 것, 그것이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가 환자분의 안전을 지키는 가장 정직한 원칙입니다[2, 4, 6].
참고문헌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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