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장님, 고관절이 아파서 왔는데 제 고관절은 멀쩡하다고요?"
진료실에서 하루에도 열 분 이상 듣는 말이 바로 "원장님, 저 고관절이 아파서 왔어요"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환자분께 "어디가 가장 아프신지 손으로 한 번 짚어 보시겠어요?"라고 여쭈어 보면, 사타구니를 짚으시는 분보다 엉덩이 뒤쪽(둔부), 골반 바깥쪽 불룩한 뼈 주변, 혹은 허리 바로 아래 엉치 부위를 짚으시는 분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리고 정밀하게 이학적 검사와 엑스레이·초음파 진찰을 해 보면, 정작 본인은 '고관절 병'이라고 굳게 믿고 오셨지만 실제 고관절 내부에는 아무 이상이 없고, 허리네모근(요방형근) 증후군, 요추 추간판 탈출증(허리디스크), 대전자 통증 증후군(중둔근·소둔근 힘줄염), 혹은 흉요추 이행부 증후군 등 전혀 다른 부위의 문제로 밝혀지는 경우가 부지기수입니다[1, 2, 3].
반대로 "엉덩이가 좀 결리네, 좌골신경통이나 디스크 초기겠지" 하고 파스만 붙이며 수개월을 버티다가 오셨는데, 알고 보니 뼈가 죽어가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나 대퇴경부 피로골절이어서 수술 위기를 간신히 넘기시는 아찔한 경우도 있습니다[10]. 오늘은 고관절과 둔부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 질환들의 종류와 실제 비율을 최신 의학 근거로 명쾌하게 정리해 드릴게요.
1. '고관절·둔부 통증'의 진짜 원인 질환 비율: 관절 외 원인이 약 65~70%!
최근 5년간 발표된 고관절·둔부 통증 감별 진단에 관한 대규모 임상 리뷰와 역학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환자분들이 "고관절이나 엉덩이가 아프다"며 병원을 찾았을 때의 실제 원인 질환 분포는 다음과 같습니다[1, 2, 4].
| 원인 분류 | 대략적 비율 | 대표적인 세부 원인 질환 |
|---|---|---|
| 1. 척추·신경근 기원 연관통 | 약 30~35% | 요추 추간판 탈출증·협착증, 요추 후관절 증후군, 흉요추 이행부 증후군(T12~L1)[1, 2] |
| 2. 관절 주위 힘줄·점액낭·근막 질환 | 약 30~35% | 대전자 통증 증후군(중·소둔근 힘줄염), 요방형근(허리네모근) 증후군, 장요근 증후군, 햄스트링 기시부 힘줄염, 석회성 힘줄염[2, 8, 9, 12] |
| 3. 심부 둔부 신경 포착 및 천장관절 | 약 10~15% | 심부 둔부 증후군(이상근 증후군), 좌골대퇴 충돌증후군(Ischiofemoral impingement), 천장관절 증후군[3, 8, 12] |
| 4. 진짜 고관절 내부(관절강 내) 질환 | 약 20~25% | 퇴행성 고관절염,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ONFH), 대퇴비구 충돌증후군(FAI), 비구순 파열, 연골하 부전골절(SIF)[2, 4, 10] |
보시는 것처럼, 환자분이 느끼는 고관절·둔부 통증 중 진짜 고관절 속 문제인 경우는 약 4분의 1 수준이며, 나머지 약 65~75%는 허리에서 내려오는 신경 연관통이거나 골반 주변의 근육·힘줄·인대 문제입니다[1, 2].

2. 과거의 통념 vs 최신 의학 지견: "엉덩이 뒤쪽이 저리면 무조건 디스크 아니면 이상근 증후군이다?"
저는 과거에 둔부와 고관절 주위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분들을 진료할 때 사타구니가 아프면 고관절 관절염, 엉덩이 뒤쪽이 아프면 허리디스크나 이상근 증후군이라는 이분법적 기준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에는 고해상도 근골격계 초음파와 MRI를 활용한 감별 진단 연구들이 축적되면서 고관절 MRI상 이상 소견과 실제 통증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고, 대전자 통증 증후군(중·소둔근 힘줄 병변), 좌골대퇴 공간 협소로 인한 충돌증후군, 흉요추 이행부 연관통 등 관절 외 연부조직과 척추 기원 통증이 서로 정교하게 얽혀 있어 다각적인 이학적·영상학적 감별이 필수적이라는 방향으로 진단 패러다임이 바뀌었습니다[1, 2, 3, 4, 8].
실제로 2024년 발표된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고관절 MRI에서 연골 손상이나 골극 같은 이상 소견이 보이더라도 실제 통증과 일대일로 일치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단순히 사진 한 장만 보고 고관절 통증의 원인을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밝혀졌습니다[4, 5].
3. 통증 위치로 찾아보는 5대 대표 원인 질환
환자분들이 진료실에 오시기 전에 내 통증이 어디에서 비롯된 것인지 가늠해 보실 수 있도록, 통증이 나타나는 위치별 대표 질환을 짚어 드립니다[2, 6, 7].
① 앞쪽 사타구니(서혜부) 깊숙한 통증 → '진짜 고관절 내부 질환' 및 '장요근 증후군'
양반다리를 하거나 신발·양말을 신으려고 다리를 구부릴 때 사타구니 안쪽이 뻐근하고 찌릿하다면 진짜 고관절 내부 질환(고관절염, 비구순 파열, 대퇴비구 충돌증후군)일 가능성이 가장 높습니다[2, 6, 7]. 특히 중년 남성이나 스테로이드 복용력이 있는 분에게서 사타구니 통증이 갑자기 시작되었다면 뼈 조직이 괴사하는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ONFH)나 고령 여성의 대퇴골두 연골하 부전골절(SIF)을 반드시 감별해야 합니다[10]. 또한 고관절 바로 앞을 지나는 장요근 힘줄염·점액낭염 역시 사타구니 통증의 단골 원인입니다[8].
② 골반 바깥쪽 볼록한 뼈 주변 통증 → '대전자 통증 증후군(중·소둔근 힘줄염)'
아픈 쪽으로 옆으로 누워 자기가 힘들고, 걸을 때마다 골반 바깥쪽이 욱신거린다면 과거에 흔히 '대전자 점액낭염'이라 불렸던 대전자 통증 증후군(GTPS)입니다[2, 9]. 실제로는 점액낭만의 문제가 아니라 엉덩이 근육인 중둔근과 소둔근의 힘줄염·미세파열이 핵심 원인이며, 종아리까지 저림이 내려가 허리디스크로 오진되기 가장 쉬운 질환입니다[1, 9, 11, 13, 14].
③ 골반 위쪽 능선과 옆구리·윗둔부 통증 → '허리네모근(요방형근) 증후군' 및 '흉요추 증후군'
아침에 일어나거나 재채기를 할 때 허리 옆쪽부터 골반 윗부분(장골능)이 끊어질 듯 아프다면 허리네모근 증후군이 흔합니다. 또 하나 놓치기 쉬운 주범이 바로 등뼈와 허리뼈가 만나는 곳(T12~L1)에 문제가 생겼는데 정작 통증은 엉덩이 위쪽과 고관절 옆쪽에서 느껴지는 흉요추 이행부 증후군(Maigne 증후군)입니다[1, 2]. 이 경우 엉덩이만 아무리 주물러도 낫지 않고 등허리 후관절을 치료해야 거짓말처럼 둔부 통증이 사라집니다.
④ 엉덩이 한가운데 깊은 곳과 허벅지 뒤쪽 저림 → '허리디스크' & '심부 둔부 증후군'
의자에 앉아 있을 때 엉덩이 깊은 곳이 쑤시고 허벅지 뒤쪽으로 전기 오듯 저리다면 요추 추간판 탈출증(허리디스크)에 의한 신경근 압박을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1]. 만약 허리 MRI는 괜찮은데도 똑같은 증상이 나타난다면, 궁둥구멍근(이상근)이나 좁아진 좌골대퇴 공간에서 좌골신경이 눌리는 심부 둔부 증후군(이상근 증후군), 혹은 앉을 때 닿는 뼈에 붙는 햄스트링 기시부 힘줄염일 확률이 높습니다[3, 8, 12].

4. 참지 말고 병원에서 정밀 진찰을 받아야 하는 이유
이처럼 환자분 입장에서는 똑같이 "고관절이나 둔부가 아프다"고 느껴지더라도, 그 속에는 응급 수술이나 뼈 보호가 필요한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부터, 허리 신경 치료가 필요한 디스크·흉요추 증후군, 그리고 초음파 유도하 힘줄·근막 치료로 빠르게 호전되는 중둔근·장요근·요방형근 증후군까지 무려 10가지가 넘는 서로 다른 질환들이 숨어 있습니다[1, 2, 10].
원인이 다르면 치료법과 운동법도 정반대가 됩니다. 예를 들어 고관절 충돌증후군이나 중둔근 힘줄염 환자가 이상근 스트레칭이라고 다리를 무리하게 꼬아서 당기면 오히려 힘줄 파열과 관절 충돌이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5, 9].
그러므로 단순히 둔부가 아프다고 참지 마시고 꼭 병원에 내원하여 꼼꼼한 진찰로 원인을 찾아보시길 권유드립니다.
참고문헌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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