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필 및 의학 감수: 이영철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정관통증의학과 대표원장 · 세계통증학회 IASP / 미국통증학회 USASP 정회원)
1. 서론: "원장님, 허리 앞쪽은 펴졌는데 왜 이제는 등줄기가 뻐근하게 아픈가요?"
진료실에서 급성 허리 통증이나 고관절 앞쪽 당김으로 내원하셔서 장요근 증후군 치료를 받으신 환자분들 중에는, 며칠 뒤 다시 오셔서 이렇게 걱정하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원장님, 치료받고 나서 구부정하던 허리는 확실히 펴졌는데, 이제는 아픈 위치가 바뀌었어요. 허리 등줄기 양옆이 뭉쳐서 뻐근한데, 이거 아직 덜 나은 건가요? 아니면 다른 병이 생긴 건가요?"
환자분 입장에서는 통증 부위가 옮겨가니 치료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느끼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는 병이 악화된 것이 아니라 가장 강력했던 1차 통증(장요근)이 해결되면서 그동안 뒤에서 묵묵히 버티고 있던 2차 보상 근육인 '최장근(Longissimus, 척추기립근의 핵심 기둥)'의 누적 피로가 수면 위로 드러나는 자연스러운 회복 과정입니다[3, 4, 10].
저는 과거에 장요근 증후군 환자분이 치료 후 등줄기 통증을 호소하시면 단순히 일상으로 복귀하면서 허리 근육을 무리하게 써서 생긴 일시적 근육통 정도로 생각했었으나, 최근에는 정량적 요추 MRI와 초음파 전단파 탄성영상(Shear-Wave Elastography) 연구들이 발전하면서 '장요근의 단축·강성 증가가 요추 전만을 변형시키고 후방 척추기립근(최장근)에 만성적인 편심성 과부하(Eccentric overload)와 보상성 긴장을 직접 유발한다'는 정교한 생체역학적 연결 고리가 밝혀졌습니다[4, 5, 9, 10].

2. 장요근이 굳으면 왜 뒤쪽 '최장근'이 덩달아 뭉치고 아파질까요?
우리 허리뼈(요추)는 앞쪽의 장요근(Iliopsoas)과 뒤쪽의 척추기립근(특히 가운데 기둥인 최장근, Longissimus) 및 다열근이 마치 돛대를 앞뒤에서 당기는 밧줄처럼 균형을 이루며 서 있습니다[1, 5, 6].
① 앞뒤 줄다리기의 불균형: 골반 전방경사와 편심성 과긴장
오래 앉아 일하는 습관 등으로 앞쪽의 장요근이 짧아지고 단단하게 굳어지면(강성 증가), 요추 1~5번 마디를 앞·아래쪽으로 강하게 잡아당깁니다[5, 9]. 실제로 사무직 근로자를 분석한 임상 연구에서도 장요근 길이가 짧아질수록 골반 전방경사와 요추 전만 각도가 유의하게 변형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5]. 이때 몸이 앞으로 쏟아지지 않도록 뒤쪽 등줄기를 따라 길게 뻗은 최장근(척추기립근)은 하루 종일 브레이크를 밟듯 팽팽하게 늘어난 상태로 버텨야 합니다. 실제로 만성 요통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 문헌고찰 및 메타분석 연구에 따르면, 요통 환자는 상체를 움직일 때 후방 척추기립근의 비정상적인 과활성(Hyperactivation)과 이완 지연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납니다[3, 7].
② 최신 MRI·초음파 연구가 증명한 '장요근-후방 기립근'의 상호 보상 작용
과연 장요근과 뒤쪽 최장근·다열근이 함께 영향을 받는 경우는 얼마나 흔할까요? 최근 발표된 정량적 MRI 연구들은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보여줍니다: - 앞뒤 근육의 역상관 보상 기전: 요추 MRI를 정밀 분석한 연구에서 후방 척추주위근(최장근·장늑근·다열근)의 변성과 지방 침윤이 진행될수록 앞쪽 장요근이 이를 보상하기 위해 과부하를 받거나, 반대로 장요근의 기능 이상이 후방 기립근의 피로와 구조적 변화를 가속화하는 밀접한 상호작용이 확인되었습니다[4, 6, 10, 12]. - 장요근 강성과 만성 요통: 초음파 탄성영상으로 측정한 최신 연구에서도 만성 요통 환자는 무증상자에 비해 대요근(Psoas major)의 경직도(Stiffness)가 유의하게 높았으며[9], 이러한 후방 척추근의 위축과 지방 침윤은 만성 요통 및 치료 후 잔존 통증의 핵심 예측 인자로 밝혀졌습니다[13, 14].
③ 왜 장요근 치료 전에는 몰랐다가 치료 후에 최장근 통증이 느껴질까요?
우리 뇌의 통증 전달 체계는 가장 강렬하고 급박한 통증 신호(1차 원점인 장요근 경련)를 우선적으로 지각합니다. 장요근 주사 치료나 근막 이완으로 앞쪽의 극심한 당김이 풀리고 구부정하던 허리가 곧게 펴지면, 두 가지 변화가 동시에 일어납니다: 1. 억눌려 있던 2차 통증의 발현 (Unmasking): 큰불(장요근 통증)이 꺼지자 그 뒤에서 오랫동안 피로 물질이 쌓여 뭉쳐 있던 최장근의 통증유발점(Trigger point) 신호가 비로소 뇌에 뚜렷하게 전달됩니다[3, 10]. 2. 근육 길이의 급격한 재적응: 장요근이 풀려 허리가 펴지면서, 그동안 늘어난 채로 굳어 있던 뒤쪽 최장근과 흉요근막(Thoracolumbar fascia)이 다시 수축된 길이로 적응하는 과정에서 일시적인 뻐근함이 나타납니다[8, 11].

3. 장요근 통증 vs 치료 후 나타나는 최장근(척추기립근) 보상 통증 감별표
진료실에서 환자분들이 가장 헷갈려 하시는 두 근육의 증상 차이를 표로 정리해 드립니다.
| 감별 항목 | 1차 원인: 장요근 증후군 (치료 전 주증상) | 2차 보상: 최장근·척추기립근 통증 (치료 후 흔한 증상) |
|---|---|---|
| 해부학적 위치 | 요추 1~5번 앞쪽에서 골반 안쪽을 지나 대퇴골 소전자로 연결[5, 6] | 등줄기(흉추)부터 허리뼈 양옆을 따라 골반(천골)까지 세로로 주행[3, 11] |
| 주요 통증 부위 | 허리 깊숙한 안쪽, 사타구니 앞쪽, 아랫배 옆쪽[2, 5] | 척추뼈 바로 양옆의 긴 근육 기둥(등허리 경계~허리 등줄기)[3, 8] |
| 가장 아픈 동작 | 앉았다가 처음 일어설 때 허리가 안 펴짐, 바로 누워 다리 뻗기 힘듦[1, 2] | 허리를 펴고 오래 서 있거나, 상체를 앞으로 숙였다가 일으킬 때 뻐근함[3, 11] |
| 촉진(눌렀을 때) | 배꼽 옆 깊은 곳이나 사타구니를 누르면 극심한 압통 | 등줄기 양옆의 두꺼운 근육 띠가 밧줄처럼 단단하게 뭉쳐 만져짐[8, 11] |
| 핵심 치료 전략 | 초음파 유도 장요근 정밀 이완 및 고관절 굴곡근 스트레칭[1, 2] | 최장근·흉요근막 이완 치료, 온열 요법 및 점진적 코어 안정화[8, 11] |
4. 최장근까지 편안해지는 단계별 치료와 일상 관리법
장요근 치료 후 최장근이 뭉쳐서 다시 오셨다면 걱정하실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남은 20~30%의 후방 보상 근육 긴장만 마저 풀어주면 허리가 훨씬 가볍고 완전하게 회복됩니다.
① 병원에서의 정밀 2단계 마무리 치료
초음파 탄성영상(Sonoelastography)을 활용한 최신 임상 연구에 따르면, 만성 요통 환자에서 굳어진 척추기립근(최장근)과 흉요근막에 정밀 근막 이완 치료(Myofascial Release)를 시행했을 때 근육의 강성(Stiffness)이 유의하게 감소하고 요추 유연성과 통증이 뚜렷하게 호전되었습니다[8, 11]. 정관통증의학과에서는 장요근 치료 후 남아 있는 최장근과 후관절, 요방형근의 잔여 긴장도를 초음파로 확인하여 안전하게 풀어드립니다.
② 집에서 실천하는 '앞뒤 밸런스' 3단계 관리 루틴
- 1단계 — 앞쪽 장요근 부드럽게 늘려주기 (런지 스트레칭): 메타분석 연구에서 고관절 굴곡근(장요근) 스트레칭은 근력 저하 없이 고관절 신전 가동범위를 회복시키고 과도한 요추 전만과 통증을 줄여주는 것으로 입증되었습니다[1, 2].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고 앞다리를 구부린 자세에서 골반을 앞으로 지그시 밀며 30~60초간 호흡과 함께 유지합니다[1, 2].
- 2단계 — 뒤쪽 최장근 온찜질과 이완 호흡: 뭉친 등줄기 양옆 근육을 억지로 강하게 짓누르거나 폼롤러로 과하게 문지르면 오히려 방어성 수축이 생길 수 있습니다. 먼저 15~20분간 따뜻한 핫팩(온찜질)으로 최장근과 흉요근막의 혈류를 늘려준 뒤, 네발기기 자세에서 등을 둥글게 말아 올리는 부드러운 이완 동작을 해주세요[8, 11].
- 3단계 — 둔근·복횡근 코어 깨우기 (브릿지 운동): 장요근이 굳으면 엉덩이 근육(대둔근)과 하지 근육의 활성 패턴까지 무너집니다[7]. 통증이 가라앉으면 천장을 보고 누워 무릎을 세운 뒤 엉덩이를 들어 올리는 브릿지 운동으로 골반 중심을 잡아주어야 장요근과 최장근의 재발 고리를 완전히 끊을 수 있습니다[7, 13, 14].

5. 진료실에서 자주 묻는 질문 (Q&A)
Q1. 장요근 주사를 맞고 등줄기(최장근)가 아픈 건 주사 부작용인가요?
A: 아닙니다. 앞서 설명해 드린 주사 몸살(치료 후 일시적 반응)과는 또 다른 생체역학적 현상입니다. 앞쪽에서 허리를 구부정하게 당기던 장요근이 풀리면서, 그동안 늘어난 채로 버티던 뒤쪽 최장근의 숨은 피로가 느껴지고 변화된 척추 정렬에 근육이 재적응하는 과정입니다[3, 4, 10]. 보통 최장근 부위를 가볍게 한 번 더 치료해 주면 빠르게 소실됩니다.
Q2. 최장근이 뭉쳤을 때 바로 헬스장에서 허리 근력 운동(백 익스텐션, 데드리프트)을 해도 될까요?
A: 절대 금물입니다. 현재 최장근은 약해서 아픈 것보다 장요근 때문에 쉬지 못하고 과도하게 긴장(과활성)하여 지쳐 있는 상태입니다[3, 8]. 이 상태에서 무거운 무게를 들거나 허리를 뒤로 젖히는 근력 운동을 하면 최장근 경련이 심해집니다. 먼저 온찜질과 근막 이완으로 근육의 뻣뻣함(Stiffness)을 낮춰주는 것이 우선입니다[8, 11].
Q3. 평소 사무실 의자에 앉아 일할 때 재발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A: 장요근은 고관절이 90도로 접힌 앉은 자세에서 가장 쉽게 짧아집니다[5]. 최소 50분마다 자리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켜며 고관절 앞쪽을 펴주시고, 걸을 때는 보폭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며 바른 평지 걷기 운동을 생활화하시는 것이 앞뒤 근육 균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1, 5].
6. 결론 및 전문의 당부
장요근 치료 후 찾아온 등줄기(최장근)의 뻐근함은 치료가 실패했다는 신호가 아니라, "가장 큰 급한 불은 껐으니 이제 뒤에서 고생한 최장근도 한번 돌봐주세요"라고 우리 몸이 보내는 두 번째 회복 신호입니다[4, 10, 11].
통증의 위치가 바뀌었다고 혼자 불안해하거나 치료를 포기하지 마세요. 다시 내원하셔서 바뀐 통증 부위를 말씀해 주시면, 초음파와 이학적 검진을 통해 남아 있는 최장근과 흉요근막의 뭉침까지 끝까지 세심하게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글·감수: 이영철 원장 마취통증의학과 전문의 / 정관통증의학과 대표원장 대한마취통증의학회 정회원 · 대한통증학회 정회원 세계통증학회(IASP) 정회원 · 미국통증학회(USASP) 정회원
참고문헌 (Referenc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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